난 어려서부터 상상하기를 참 즐겼다,
내 상상의 나래는 끝간 데를 알 수 없어
어린 꼬마아이가 뜻도 모를 상상의 이야기를 해 대는 걸 보고
어른들은 은근히 걱정도 하셨다고 한다,
일테면 다락방에는 요정들이 살고 있어서
날마다 그곳에 가면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거나...
(엄마는 이 말을 듣고 생쥐가 들어가 사나 걱정하셨다고 한다,^^)
밤에 잠들지 않고 꿈을 꿀 수만 있다면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실제로 갈 수 있을거라 우겨댔으니 말이다,
상상(想像).
코끼리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 고대 중국인들이
코끼리 뼈를 보고서 그 모습을 추측하여 그렸다는데서 유래한 단어이다,
상상은 외부 자극에 의하지 않고 기억된 것을 떠올리는 재생적 상상과
전혀 경험하지 않은 일을 생각해 내는 창조적 상상이 있다
나는 지나간 일에 크게 연연하거나 집착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러니까 이미 지나간 일을 가지고 끙끙거리거나 아파 하거나 그리워 하기 보다는
차라리 일어나지 않은 일을 꿈꾸면서
거기에 희망을 거는 쪽이 더 생산적이거나 수지타산이 맞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어떻든 서두에서 고백한대로 상상하기를 즐겨하는
꼬맹이는 늘 엉뚱해서 어른들을 많이 걱정 시켰다,
쟤는 커서 뭐가 될려구 유별난 걸까,,,,
내 이모는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자 어른들이 걱정했던 그 시절을
흉보기 비슷하게 털어 놓았다,
초등학교도 들어 가지 않은 어린 시절,
어느 날 운동화를 쳐들고 뚫어져라 들여다 보더란다,
-왜 그러니?
-이모. 이 운동화에 바퀴를 달면 자동차처럼 빨리 달릴 수 있어?
세상에,,,,,
그러니까 1960년 대 초반에 이 아이는 본 적도 없는 <바퀴 달린 운동화>를 상상하고 있었단다,
어이없어 했던 어른들,,,
20여 년 후 내 아이들이 <바퀴 달린 운동화>를 신고 씽씽 내 달리는 걸 보면서
제법 앞선 내 <상상력>이 결코 뜬구름은 아니었구나 싶어 웃었다,
그런 성향 때문인지
난 미술시간에도 정물화나 사생화보다는 상상화에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담임선생님에 따라 어떤 분은 코웃음을 치며 이해하지 못 했고
어떤 분은 칠판에 걸어두고 '상상화란 이런 것이다'하고 칭찬하기도 했다,
하여간 천방지축 그저 엉뚱하던 아이도
나이가 들어 가면서 자연스레 평범한 아이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이전에 범상했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다만 남들 보기에 엉뚱한 상상이나 덜 떨어진 짓을 덜 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놈의 상상력이 나이가 들어 간대서 줄어들었다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꿈을 꾸고 상상을 한다,
이러저러 하면 참 신나겠다,
아! 이걸 요로케 해 본다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나이를 잊은 상상력은 가끔 내 아이들에게 귀엽거나 철없는 엄마로 내비치기도 하고
남편에겐 철딱서니 없거나 세상물정을 모르는 여자로 보이겠지만
나름대로 내가 신나게 살아가는 방편이기도 하다,
상상인데 어때, 현실에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거나 당황케 하는 일도 아니고
그저 소파에 얌전히 앉아서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한다 한들
집안의 유리창이 깨질 일도 아니고 접시가 금 갈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하는 말이다,
굳이 허락 받을 일도 아니지만
상상의 나래를 펴는 아내를 향해 아직도 그대 꿈 꾸는가,,,하며
혀를 끌끌 차지는 말아달라,
나. 꿈을 먹고 사는 젊음은 아닐지라도 부디
나에게 상상(想像)을 허(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