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집안은 눅눅하고 채소들은 물을 잔뜩 머금어 금세 짓물러진다.
습도가 높은 여름철엔 반찬이 쉽게 상해서 나물 반찬은 딱 한 끼 분량만 만드는 게 좋다.
장마철 밑반찬으로 무엇이 좋을까.
서울에서 조카 둘이 내려온다.
시누이(조카들의 엄마)가 미국에 있어 자취생과 다를 바 없는 조카들을 위해
밑반찬 몇 가지를 만들어 보았다.
< 칼슘왕 뱅어 볶음>
멸치 보다 칼슘이 더 많이 들어있는 <뱅어>
시중에는 멸치처럼 그냥 말린 뱅어와 함께 뱅어포가 판매된다.
뱅어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뱅어의 색깔이다.
이렇게 맑고 투명하며 약간의 수분이 느껴지는 뱅어는 건조된지 얼마되지 않은 신선한 것이고
오래 될수록 뱅어 색깔이 노랗게 짙어지고 딱딱해지면서 냄새도 쩐내가 나기 마련이다.
몸체가 너무 길고 가는 뱅어로 만든 노란 뱅어포 보다는 이런 상태의 뱅어를 고르는 것이 좋다.
뱅어 자체에 아주 약간의 간이 되어 있다.
짜게 먹으려면 간장 간을 해도 되겠지만 간을 더 하지 않고 조리하면
싱겁게 많이 먹을 수 있다.
깊은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뱅어를 볶는다.
고슬고슬한 느낌이 날 정도로 볶아지면 물엿은 눅눅해지므로 설탕을 넣고
빨간 고추와 청고추, 씨를 털어내고 가늘게 썰어 함께 넣고 볶는다.
불을 끈 후 후추와 통깨를 뿌려주면 완성.
(마른 반찬 볶음요리에 참기름을 넣으면 한 이틀 지난 후엔 쩌든 맛이 나니 넣지 않는 게 좋다.)
< 건새우 볶음>
<좋은 새우 고르는 법>
색깔이 붉고 껍질이 두꺼운 말린 새우는 대부분 수입산.
가격은 좀 더 비싸더라도 국산을 고르도록 한다.
새우를 눌러보아 속살이 통통하게 찬 걸 고른다.
껍질과 꼬리부분에 키토산 성분이 많으니 껍질이나 꼬리 채로 요리하면 좋겠다.
새우를 굵은 도드미체에 넣어 흔들어 주면 새우 부스러기가 빠진다.
깊은 팬에 포도씨유를 조금 넣고 새우를 먼저 볶는다.
볶은 새우는 옮겨놓고 팬에 고추장. 다진 마늘. 매실청을 넣고 한소큼 끓인 후
굵게 다져놓은 파프리카. 양파. 풋고추를 넣고 뒤적여 준 후 살짝 익으면
미리 볶아두었던 건새우를 넣고 뒤적여 한번 더 볶는다.
불을 끈 후 후추와 깨소금을 뿌려주면 간단하게 완성.
<쥐치포 볶음>
아이들이 좋아하는 쥐치포. 솔직히 조미가 너무 강해서 어른들 즐겨 먹기엔 좀 그렇다.
가위로 먹기좋은 길이로 자른 후 깊은 팬에 넣고
포도씨유. 간장. 다진 마늘. 고춧가루. 물엿을 넣고 졸인다.
설탕을 넣으면 나중에 딱딱해지니 반드시 물엿을 사용한다.
매콤한 청양고추를 어슷 썰어 넣고 한번 더 볶아
마지막 통깨 뿌리면 완성
왼쪽은 간장양념. 오른쪽은 고추장을 약간 넣어 볶은 것.
<오징어채 무침>
너무 마르지 않은 말랑한 진미채로 구입한다.
적당한 길이로 잘라두고..
고추장. 물엿. 매실청. 다진 마늘. 깨소금. 통깨 양념을 준비해서
섞는다...오징어채가 말라있기 때문에 양념이 넉넉해야 무쳤을 때 촉촉하다.
물 대신에 묽은 매실청이나 유자청을 넣어 농도를 맞춰 촉촉하게 잘 버무린 후
마지막에 쪽파를 길게 썰어 마저 버무린다.
양념이 너무 질면 오징어채가 질척해지고
또 너무 마르면 엉성해서 감칠 맛이 안 나니
무엇보다 촉촉하고 부드럽게 무치는 것이 관건이겠다.
< 키조개 관자젓 무침>
요즘은 키조개가 아주 싸다. 만 원에 10~15개?
키조갯살을 깨끗이 씻어 얇게 썬 후 짙은 소금간을 해서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보름쯤 지났을 때 고춧가루를 섞어 다시 넣어 보름쯤 더 두면 딱 먹기 좋은 상태.
너무 일찍 먹으면 좀 비릿하고 고추색도 덜 퍼져 식감도 떨어진다.
잘 삭은 키조개젓갈에 꿀과 참기름. 다진마늘 넉넉히. 실파 송송. 깨소금 듬뿍 넣어 조물조물..
여름철 정말 입맛 돋우는 키조개젓갈 무침 완성.
찬물에 밥 말아 이 젓갈 한 가지만으로도 임금같은 식사를 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둘째 조카 대진이도 방학이라서 형이랑 지내던 터.
함께 내려온다고 전화가 왔다.
"뭐 먹고 싶니?"
"외숙모가 해 주시는 건 뭐든지 맛있어요."
정말 솜씨 좋은 시누이의 아들들이 외숙모 음식솜씨를 인정해 준다니
어깨가 들썩.
몸살 안 나게 적당히 하라고 말리는 어머님과 남편의 지청구도 못 들은 척...
이틀 전에 미리 한 솥 끓인 <추어탕> 냉동고에 얼려두었다가...
밑반찬 열 가지. 닭볶음과 꽃게튀김.
그리고 얼린 추어탕까지..
차 트렁크 묵직하게 실려 보내고 나니 가슴이 뿌듯하다.
밤 12시쯤 조카에게서 문자가 왔다.
"외숙모 잘 도착했어요. 반찬 맛있게 먹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비가 내리다 그치다 여전히 눅눅하네요.
이런 날. 따끈하고 고소한 감자전도 맛있겠지요?
한 접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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