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시간나면 식사나 같이 하시죠?"
누구나 이 말을 자주 하고 자주 듣는다.
그러나 실제로 그냥 지나치기 애매해서 건성으로 말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보니
말하는 사람도 어색하고 듣는 이도 심드렁하게 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과 함께 밥 먹는 걸 정말 좋아 한다.
더구나 대접받기 보다는 백 배 천 배로 대접하길 좋아 한다.
그러니 내가 당신에게 식사하자고 청하면 그건 분명코 진심이니 기쁘게 응해 주시길~^^
어제 저녁. 손님을 초대해서 식사대접을 했다. 물론 집에서.
나는 내가 직접 만든 음식을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참 행복하다.
물론 집으로 식사 초대를 하려면 요리 솜씨를 차치하고라도
시간이며 수고가 만만찮게 요구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런데도....
내가 좋아하는 이를 초대하고 며칠 전부터 메뉴를 궁리하고
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일은 아주 신나는 일이다.
무엇 보다 함께 밥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
인디언들은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영혼을 서로 나누는 것이라 여긴다고 한다.
가족을 뜻하는 식구가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란 것을 보아도
함께 밥을 먹는 일은 서로의 마음을 맞추며 가족처럼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라 하겠다.
작년 겨울. 포항 사는 규린이가 과메기를 보내주겠노라는 말에
반건조 생선이라는 선입견 하나로 못 먹을 거 같다고 사양했었다.
사실은 선뜻 받아먹기 미안해서 더 사양했었다.^^
이번에 시험해 보는 의미로 과메기를 사서 식탁에 올렸다.
오마낫. 손님들이 흔하지 않은 거라며 맛있게 드셔서
한 접시로는 부족해서 더 내가야 했다.
편견은 버려~~*^0^*
그런데도 역시나 어머님, 남편,나. 비리다고 두어 점 밖에 못 먹는다.^^
"우리 같이 밥이나 먹자."
이 말은 추운 날. 외로운 날. 아픈 날. 더욱 위로가 되는 말이 아닐까.
아주 춥고 몸도 아프던 날. 친구가 불러내어 밥을 사주었다.
친구와 함께 뜨거운 김치찌개를 떠먹으며 아팠던 걸 잊어 버렸다.
친구는 우리 여고시절 내 도시락을 자주 나눠 먹던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집 깍두기 맛을 여전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음식이란 그런 거다.
시간이 지나도 그 맛을 기억하게 하는..힘.
그것은 그 음식을 먹으며 함께 했던 시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께 엄마가 간장게장을 택배로 보내 주셨다.
오늘 오후 친정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택배로 보내주신 간장게장 맛이 어떻더냐고..
아궁. 그러고 보니 그저께 택배를 받았단 전화만 드리고
손님 초대에 신경 쓰느라 맛이 어떻더라는 전화도 못 드렸다.
해마다 변함없는 맛이다.
아버지는 어떠시냐는 딸 물음에
간병인 아줌마가 두른 앞치마가 이쁘다고 당신에게 입혀 달라고 떼를 쓰셔서
앞치마를 두르시고 아버지는 지금 주무신다면서 엄마는 웃으신다.
나도 웃었다.
아버지.
이렇게 눈물냄새 나는 웃음도 있어요. 아버지.
어쩌다 이런 애교는 괜찮지만 행여 정신 놓으시는 일만큼은
절대로 없어야 해요.
이 레시피는 오리고기 스끼야끼.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진 오리 구이도 즐겨 드시는데...
둘째 딸이 만든 음식은 무조건 다 맛있다고 하시는 아버지.
아버지가 드신다면 날마다 세 끼 모두 즐거이 해 드릴 수 있는데..
마음은 이렇지만 정작 아버지 찾아 뵙는 일도 드문거린다.
아버지.
며칠 전 담근 배추김치가 참 맛있어요.
딸이 아버지 즐겨 드시는 음식 정성껏 만들어 달려 갈게요..
따숩고 색고운 가디건도 사가지고 갈게요.
둘째딸 보시면 늘 얼굴이 발그레 해지시는 아버지.
딸은 눈물부터 내비칠까 벌써 걱정이네요.
간병인 아줌마 앞치마 곱다 탐내지 마시고 딸이 입혀드릴 가디건 입으시고
올 겨울 건강하셔야 해요. 아버지.
오후 한나절 동안 바쁘게 준비하느라 조리 과정 찍지 못 했는데...
유리님이 레시피를 원하시네요.
이전에 올렸던 레시피 참조하세요~
바로가기 붙여 두었어요.
오래 전 샷들이라서 덜 세련된 모습들이지만요...^^ 참고만 하세요.
글을 쓰다보니 처음 시작과 마무리가 사뭇 달라졌어요~~
쓰다 보니 출렁거리는 감정선이 그대로 드러나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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